여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부처 명칭에 '청소년' 포함필요"
"강간죄 요건 완화해야…'가족 개념 급변'에 새 제도 도입 검토해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28일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젠더갈등 문제와 관련해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젠더갈등 양상에 대해 "우리나라가 경제발전 위주에서 사회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특히 청년들은 성별 간 공정함과 차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고, 사회 진입 과정에서 경쟁 압박이 극심해지면서 사회 환경이 타자를 배려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청년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는 장을 마련해 정책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후보자는 아울러 임명 후 주력할 정책으로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통한 한부모가족·청소년 한부모·학교 밖 청소년 등에 대한 정책지원 확대를 꼽았다. 그러면서 경력단절 여성 경제활동 활성화 및 경력단절 예방, 돌봄여건 개선, 청소년 사회 안전망 강화, 성희롱·성폭력 등 여성 안전 강화 관련 예산 확충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청소년 정책의 주관 부처인 만큼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일부 사안에 대해 다소 진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상대방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 논의와 관련, "현행법상 강간죄는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해 피해자가 적극적 저항을 못한 경우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강간죄 요건을 완화하거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군 가산점 제도와 관련해서는 "제대군인 중 일부에만 혜택을 주는 군 가산점 제도보다는 군 복무자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원방안 도입이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결혼과 혈연 기반의 기존 가족 개념을 확대해 동반자를 법적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에 대한 개념·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일간베스트', '워마드'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동과 관련,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 인권과 헌법 가치 안에서 적용된다"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불법촬영 영상 등 범죄성이 있거나 인권 침해적인 글 등이 게재되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한 성인용품 업체의 '리얼돌'(성인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결은 존중해야 하나, 성(性)기구로 활용되는 리얼돌은 현행법상 청소년 유해 물건이어서 특히 청소년에게 유통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최근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 개막한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한편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미래 교훈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상징"이라며 "전시중단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부정하는 등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하는 일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피해자 명예회복과 국민의 역사인식 정립, 인권의식 증진을 위해 필요한 기념·전시 사업을 시민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추진해나가겠다"며 "현재 생존해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피해자별 맞춤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보유중인 서울 목동 아파트를 둘러싼 '갭투자' 의혹에 대해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퇴직 후에 서울에 거주하고자 2017년 12월에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여가위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30일 열린다. /연합뉴스 출처 :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190828384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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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숨기기 급급했던 성문화와 성인용품 시장이 음지를 넘어 양지로 나온다. 으슥한 골목 사이에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자리잡고 있던 성인용품 매장이 대도시 주요 상권에 자리잡기 시작하는 등 성문화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
2014년 성인용품 시장 전면 합법화 이후 지난 6월, 대법원이 리얼돌 통관 허용에 손을 들어주면서 이런 모양새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비록 갑론을박은 있으나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의 예를 보면 오히려 늦었다는 평이 많다. 성문화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추세다. 한때는 ‘음란’, ‘외설’ 등 선정적인 단어로 홍보되던 AV 배우 내한 팬미팅 등이 팬과 소통하고 추억을 남기는 이벤트의 색깔을 띄면서 좋은 반응을 이끈다. 츠보미, 오구라 유나 등 AV 배우의 한국 유튜브 채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크게보기밝은 분위기로 탈바꿈하고 있는 국내 성인용품 매장 <사진 제공=바나나몰> 지난 4월,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TENGA)社가 발표한 성인용품 매출 성장률은 이를 뚜렷이 보여준다. 한국 시장은 전년에 비해 무려 185%의 시장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미국과 유럽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국내 최대 규모 성인용품 쇼핑몰 바나나몰(㈜옐로우노벌티스)이 발표한 통계도 비슷하다. 2014년부터 매년 20% 이상 성장하던 성인용품 시장이 작년을 기점으로 50%이상 급성장했다. 콘돔과 러브젤 등 기본 제품뿐 아니라 남녀 자위 용품 판매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성인용품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바나나몰 송용섭 기획팀장은 이를 성담론 변화라 말한다. 그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플랫폼이 발달했다. 보수적인 색깔이 강했던 한국도 선진국의 자연스런 영향과 함께 성에 대한 담론이 양지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의 인식 변화는 더 진하다. 성인용품 전체 수요 중 81%를 20대와 30대가 차지하고 있다. 송 팀장은 “발달한 성교육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성문화를 접한 2030세대가 현 성인용품 시장의 주요 고객”이라 전했다. 지난해 초박형 콘돔 통관 허용, 첫 장애인 전용 성인용품 출시에 이어 올해 리얼돌 시장까지 개방되는 시점에 있어 이러한 성인용품 시장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AV 배우의 한국 진출도 돋보인다. 오프라인 이벤트뿐 아니라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서의 변화도 뚜렷하다. 그저 외설적이라는 평과 함께 사회적 반발을 낳았던 방향은 점점 옅어지고, 오히려 소통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특별시 청담동에서 열렸던 츠보미(つぼみ) 팬미팅이 대표적이다. 옷을 벗고 외설적인 춤을 추거나 관객과 농도 짙은 스킨십을 나누는 등 사회적 논란이 만연했던 AV 이벤트를 벗어나 대중적인 코드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방송국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긍정적 반응을 낳았다. 유튜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올바른 성교육이라는 테마를 잡은 AV 배우 시미켄(しみけん),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여자의 일상을 담은 오구라 유나(小倉由菜), 한국 방문기나 게임 얘기를 하고 있는 츠보미 등 대중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가 사랑 받고 있다. 츠보미, 아오이 츠카사 등 유명 AV 배우의 한국 팬미팅을 주관했던 바나나몰 관계자는 “성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팬미팅과 콘텐츠도 그에 맞게 변하고 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방향보다 대중 친화적인 쪽으로 진화하는 중”이라 전했다. 반발의 의견이 없지 않다. 성인용품의 외관과 AV 배우 한국 진출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리얼돌 관련 이슈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랐다. 특히 여성 단체의 반발이 극심하다. 문화 전문가로 활동 중인 정윤하 칼럼니스트는 “삼권분립에 따라 결정된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기는 불가능”이라 말하는 한편,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구체적 법안 만들기가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AV 배우의 한국 진출에 대한 갑론을박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AV 배우는 일본 유튜브에서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 일축했다. 이미 다양한 배우가 현지에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고 수익창출도 가능한 추세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에 불어온 인기에 대해서는 “정부와 HTTPS 차단 등 성문화 통제 분위기가 오히려 강한 반발을 낳아 일종의 ‘반사효과’를 만들었다고 본다. 츠보미 등 AV 배우에 대한 합법적 소비는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 전했다. 정 칼럼니스트는 “보다 올바른 성문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금지’, ‘규제’, ‘검열’ 등 무서운 단어를 갖다 붙일 것이 아니라 ‘토론’, ‘소통’, ‘협의’ 등 자유의 기본을 지키는 방향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소영 기자 출처 : https://news.joins.com/article/23550524 서울 용산구의 성인용품가게 피우다에서 만난 강혜영 대표 | 심윤지 기자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한 달. 리얼돌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리얼돌 논쟁은 2017년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한 업체가 인천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인천세관은 현행 관세법 제 234조와 제237조를 들어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 보류 처분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리얼돌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본 1심 판결 대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논란이 커진건 한 성인용품 업체가 ‘실제 사람을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홍보에 나서면서다. 이후 리얼돌의 수입·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7일까지 26만명이 서명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성인용품가게 ‘피우다’를 운영하는 강혜영 대표(38)는 최근 지인들에게서 “리얼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8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말해보자 리얼돌 집담회’에도 패널로 참석했다. “나, 내 친구, 내 딸과 똑같이 생긴 성인용품이 누군가의 옷장에 들어있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불안이 표출된 것이죠.” 지난 7일 피우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한 26만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여성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불안’은 아니라고 했다. “불법촬영물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단톡방 성희롱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사회잖아요. 많은 여성들이 리얼돌을 보며 불편함과 공포를 느끼는 한국 사회의 맥락이 있어요. 이를 무시한 채 ‘사생활’만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법적 규제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사회적 논의는 이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리얼돌의 모습. | 판매 사이트 갈무리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리얼돌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리얼돌 논쟁이 불거지고 피우다에서 일하는 2명의 동료와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들끼리도 의견이 갈렸다. 저는 리얼돌을 보고 “저렇게까지 성을 향유해야 하나” 분노와 혐오감이 먼저 들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성인 용품을 파는 것과 성을 파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고객들과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이런 한국 사회 상황을 고려한다면, 리얼돌을 단순한 ‘성인용품’으로 봐선 안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반면 교육과 제품 담당을 맡고 있는 미국인 동료 쉐리 슬릭은 생각이 달랐다. “리얼돌은 사람이 아니라 성기구”라는 인식이 확고한 편이었다. 포르노가 대외적으로 유통되는 것과 달리 리얼돌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만큼 정부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견이 일치한 부분은 없었나. =특정인의 얼굴을 본딴 커스텀(맞춤제작) 리얼돌, 그리고 아동의 형상을 한 성인용품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개인의 자유’를 이유로 성인용품 규제를 해제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얼굴을 본딴 성인용품을 만들어 소지하는 순간, 개인의 초상권 침해라는 실제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더이상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아동 형상을 딴 리얼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존재가 리얼돌로 인해 성적인 대상으로 상품화된다면 사회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피우다에서는 리얼돌을 판매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체를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제품은 성인용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성인용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가 성을 바라보는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리얼돌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굉장히 많은 지인들로부터 우려와 걱정이 섞인 연락을 받았다. 평소 페미니즘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친구도 물론 있었지만 “왜 여자가 성인용품을 파느냐”며 저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도 있었다. 리얼돌이 시장에 확산되면 나나 내 친구, 내 딸의 얼굴을 한 성인용품이 누군가의 옷장 속에 있을 수 있다는 실존적인 공포와 불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리얼돌과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커스텀 리얼돌 제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슬릭의 가족이 미국에서 3D 프린트 사업을 하는데, 우리에게 인체를 정교하게 본딴 성인용품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연해준 적이 있다. 실제로 남성의 성기를 똑같이 복제해 성인용품으로 맞춤 제작해주는 업체도 있다. 지금 당장은 경제적 타산이 안맞을 순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3D 프린트가 상용화되면 개인적으로 리얼돌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고 통제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2018년 독일 ‘성과학(Sexologies)’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2%, 남성의 9%가 이미 섹스돌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독일에서도 최근 문제가 되는 리얼돌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때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반면 한국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를 통해 성교육 아닌 성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얼굴이 찍힌 불법촬영물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불특정 사이트에 유통되거나, 단체카톡방에서의 성희롱 대상이 될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많은 이들이 리얼돌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한국 사회만의 맥락이 있는 것이다. -‘여성 성인용품은 기능화되는 가전제품의 형태를 띄는 반면 남성 성인용품은 여체와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한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나. =확실히 모양이 다르다. 여기엔 생물학적인 차이도 있다. 처음 성인용품 사업을 하려고 알아보던 2008년까지만 해도 남성 성기 모양을 그대로 본딴 여성 성인용품이 많았다. 그러다 대중매체에서 여성의 성욕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클리토리스 자극으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학술적 연구도 늘었다. 현재 인기있는 여성 자위기구는 대부분 RPM이 1분에 5000번 이상인 제품이다. 굳이 남성의 손 모양을 그대로 구현할 필요는 없다. 여성 소비자가 세련되고 안전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시장도 발맞췄다. 반면 남성의 자위는 대개 성기 삽입 형태로 이루어진다. 텀블러 형태의 제품도 있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여성의 형상을 한 제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 제품이 시장에서도 인기가 많다. -지난해에는 “실제 여대생의 신체를 본땄다”고 광고한 성인용품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마케팅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성인용품은 개인에 성적인 만족감을 주기 위한 도구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욘 없다. 하지만 유독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인용품일수록 여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했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광고 방식도 거침이 없다. “인형이 아니라 진짜 사람같다” “옆집에 사는 아무개와 꼭 닮았다” “실제 여대생을 모델로 했다”는 식이다. 이런 광고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남성은 성을 누리는 존재로, 여성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인용품은 여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리얼돌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사실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리얼돌이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해서, 단순히 혐오감이 든다고 해서 규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섹슈얼리티는 정말 다양하다. 리얼돌이 사람보다 낫다며 동반자처럼 아껴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취향에 대해 국가가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된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조심스러워야 한다. 규제 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특정 섹슈얼리티에 대한 혐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규제가 어렵다고 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음주운전을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어 규제를 하듯이, 성인용품도 마찬가지 이유로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아동 형상을 한 리얼돌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판결 전에도 국내 업체가 만드는 리얼돌은 합법이었다. 누가 봐도 아동 형상을 하고 있지만 ‘21살 아무개’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제대로 된 규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성인용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학술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청원과 리얼돌 논쟁은 긍정적으로 본다. 리얼돌이 시장에 확산되기 전에 문제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091708001#csidxcc77afc162b6edda5bf00dec0a1d910 .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091708001 '리얼돌 수입·판매 금지' 청와대 청원 20만 돌파
이에 '리얼돌 허용해달라' 반대 청원 올라오기도 "여성인격 침해" vs "남성 잠재적범죄자로 보나" 온라인상 남녀갈등 양상…전문가 "1차원적 공방" "법·제도 논의 및 성숙 행위 유도하는 교육 필요" 대법원이 최근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낸 가운데, 리얼돌 판매에 대한 논란이 단순 찬반양론을 넘어 남녀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리얼돌은 실제 인간 신체와 비슷하게 만든 성인용품이다. 남성 리얼돌도 제작되기는 하나 여성의 경우가 더 일반적이며, 실사화 수준에 따라 몇십만원부터 몇천만원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4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6월27일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해외 제작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면서 그 상용화를 사실상 허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일부 판매 대행업체가 “원하는 얼굴(연예인·지인 등)로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심지어 아동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도 등장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주요기사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8일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지난달 31일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유승준 입국금지’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청원이 올라온 뒤 여성 네티즌들은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성인용품이 될 수 있다니 끔찍하다”, “여성과 아동이 성적 대상화 되고 있다”, “초상권과 여성 인격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반박하는 의견이 나왔다. 온라인상에는 “여성 성인용품과 동일한 하나의 도구일뿐”이라는 의견이 제기됐고, “오히려 성적 욕망을 해소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선 청원에 반박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자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야동도 성매매도 불법인데 이 정도의 자유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이 청원에는 지난 2일 기준 1600여명이 동의를 눌렀다. 문제는 이 논란이 점점 근거 없는 공격성 발언으로까지 번진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들이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거나 “강간 인형”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고, 이에 일부 남성들은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거나 “워마드·트페미(트위터 페미니스트)의 논리”라고 맞선다. 전문가들은 리얼돌의 사용 자체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남녀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양성평등 관련 전문가는 “페미니즘에서도 과학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담론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성적 욕망의 주체로서 의식이 높아지면 사람이 아닌 마스터베이션(자위) 기구를 통해 경제적으로 성적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인형을 만든다거나 성적 욕망을 분출하지 못하면 강간 등의 범죄 행위가 발생한다는 담론은 그 자체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이런 공방은 상당히 1차원적인 논리”라고 지적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AI도 나오는 등 앞으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성인용품도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모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남성이 적이라는 주장은 공감받기 어렵겠지만 모든 여자가 다 김치녀니 하는 주장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면서 “남녀간 존중하는 문화나 제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리얼돌에 대한 법적·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이산의 정혜선 변호사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나 현행법상 처벌에는 한계가 있고 소비행위도 외부에 드러나기는 어려운 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제작·판매·사용에 대한 규제를 입법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리얼돌이 인형인지 음란물인지 개념 논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법 제도 뿐 아니라 성폭력 예방교육처럼 성숙한 행위를 유도하는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Paragraph. 편집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출처 :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804/968193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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